
외삼촌이 튕기는 만도린 소리는 소년에게 꿈이었다. 아득한 꿈. 잠결에 자장가처럼 들려오는 만도린의 선율을 따라 가다보니 어느새 소년의 손에는 기타가 들려있었다.
그는 “외삼촌이 치는 만도린 소리가 어린 마음에 참 좋았어요. 저의 음악 인생은 그렇게 시작된 거죠.”라고 말하는 사람은 어느 듯 장년이 된 태양실용음악학원 강황규 원장이다.
중학교 시절부터 시작한 음악 인생은 어느 덧 40년이 넘었다. “그 당시 음악을 어디서 배울 곳이 없었어요. 서울 낙원상가가 유일한 통로였어요. 다양한 악기와 음악을 배울 수 있는 특화된 구역이었습니다.”라며 아득한 기억의 회랑에서 그는 지나간 꿈을 다시 떠올리고 있었다. 그가 꿈꿨던 세상은 지금 어디쯤 흘러가고 있는 것일까.
오래된 건물, 오래된 음악(音樂)
청주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의 석교동 육거리 시장을 끼고 돌면 낡은 건물 4층에 빛바랜 간판이 하나 보인다. ‘태양실용음악학원’이다. 건물 입구로 들어서자, 할머니들이 한낮의 뜨거운 여름 태양을 피해 좌판을 펴놓고 2층 계단 입구까지 시골에서 뜯어온 야채를 팔고 있었다. 낡고, 오래된 할머니의 쭈글쭈글한 손끝에서 다듬어진 파릇한 새싹들이 이채롭다. 건물은 낡았지만, 음악학원의 내부는 각각 악기 특성에 맞게 독립된 공간을 갖추고 있었다. 방음시설 탓인지 ‘둥둥둥’ 거리는 드럼의 소리가 작은 떨림으로 몸으로 전해져 온다.
강 원장은 “음악은 청음입니다. 몸으로 배워야 됩니다. 몸으로 느끼고 몸으로 움직여야 되는 것이지요. MR에 맞춰 자신이 배우고자 하는 악기를 갖고 가능하다면 많은 곡을 연주해봐야 박자도 배우고 악기를 완전히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그때 나이 지긋한 노신사 한 명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개인택시를 하고 있는 서정섭 씨다. “운전을 하다 피곤하면 이곳에 와서 색소폰을 연주합니다. 처음엔 망설여졌지만, 배운지 한 일 년 됐나, 재미있어요.”라며 심수봉의 ‘사랑밖에 난 몰라’를 멋지게 연주를 한다.
청소년들에게 새로운 소통의 장(場)
과거에 학생들이 클래식 음악을 배우면, 세상은 인정했지만 기타나 드럼, 색소폰, 트럼펫을 배우면 소위 ‘딴따라’라며 세상은 경시했다. 그는 “제가 음악을 할 당시 기타 친다고 하거나, 전자올겐 같은 것을 한다면 99% 부모님 몰래 배웠어요. 부모님이 알면 큰일 났어요. 하지만 이제는 세대가 바뀌었어요. 요즈음은 피아노보다 드럼을 배우고자 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요. 드럼을 잘 치는 학생들이 인기도 좋고, 공부도 잘합니다. 오히려 부모님이 학생들을 데리고 옵니다.”라고 말한다.
요즈음은 각 대학에 실용음악과가 신설되어 특기전형으로 가려는 학생들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더군다나 가요계와 방송가에서 콘테스트를 통해 퍼스타를 꿈꾸는 아이들이 이곳을 많이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황 원장은 무조건적인 음악의 동경을 경계한다. 그는 “서인국은 확률로 따지면 72만분의 1이었어요. 상금도 무려 1억 원이었지요. 나머지 떨어진 아이들의 꿈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음악으로 섣불리 승부하기보다는, 음악을 즐겨야 합니다. 처음엔 음악적 재미를 즐겨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남녀노소, 다양한 계층이 즐기는 대중음악
이곳 실용음악학원을 찾는 이들은 다양하다. 초등학생부터 노년층까지 드럼, 키보드, 색소폰, 기타, 트럼펫 등 다양한 실용악기를 배운다. 그는 “심지어는 자폐아 아이가 기타를 배우는데 일반인보다 오히려 음악에 더 잘 집중해요. 실력도 더 빠르게 늘고요. 청각장애인도 마찬가지죠. 드럼을 배우는데 보지 못하니 음감이 더 발달되어 일반인보다 3개월 정도 더 빨리 배우더라고요.”라며 “나이 드신 분들이 전화가 많이 옵니다. 이 나이에도 할 수 있냐고 물어 와요. 이곳 4층 까지 올라오는 사람은 대단한 사람들입니다.”라고 말한다. 이곳 4층에 있는 음악학원까지 올라오는 길은 의미심장하다. 계단을 하나하나 밟아 올라오는 그 발걸음이 바로 열정(熱情)이라고 황 원장은 표현한다. 그가 강조하는 단 한마디의 말은 의미심장하다. “누구나 할 수 있어요. 아무리 나이가 많아도 어떤 장애를 갖고 있어도 악기를 통해 좋아하는 음악을 맛볼 수 있습니다.”라는 그 말이었다.
“얼마나 배우면 좀 제대로 연주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황 원장은 ‘악기를 시작하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라며 “끝이 없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MR에 맞춰 200곡을 소화해 낸다면 거의 완벽할 것.”이라고 단언한다. 그만큼 음악은 반복이 중요하다는 뜻이리라. 하지만 보통 1년 정도면 남 앞에서 연주할 실력을 갖는다고 한다. 초중고생은 주5회 레슨에 월 9만원이다. 성인은 주 5회에 월 10만원. 이곳 음악학원 전용주차장이 마련되어 있어 주차도 편리하다.